게임업계 MMORPG 저무는데 카카오게임즈는 '올인', 한상우 적자 돌파구 혹은 더 깊은 수렁
윤휘종 기자 yhj@c-journal.co.kr 2025-11-26 07:07:56
게임업계 MMORPG 저무는데 카카오게임즈는 '올인', 한상우 적자 돌파구 혹은 더 깊은 수렁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왼쪽)와 김원배 슈퍼캣 대표가 7월1일 프로젝트OQ(가칭)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카카오게임즈가 4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는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한 대형 MMORPG와 온라인 액션 RPG 4종을 실적 반등의 핵심 카드로 제시했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업계 전반의 ‘탈 MMORPG’ 흐름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게임즈는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275억 원, 영업손실 5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1.7%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영업적자는 2024년 4분기부터 이번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매출이 올해 2분기보다 10% 증가했다는 점에서 실적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 부문의 둔화를 PC온라인 매출의 급증으로 상쇄하고 있는 모양새다. 

◆ 카카오게임즈의 길어지는 실적 부진, 포트폴리오 다변화 실패 탓인가

게임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실적 부진이 일시적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 둔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 MMORPG 중심 매출 구조에 신작 공백이 겹치며 인건비·마케팅비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MMORPG를 포함한 라이브서비스 게임들은 출시 이후에도 서버·게임 운영, 대규모 업데이트 등으로 지속적으로 비용이 지출된다. 매출과 관계없이 지출되는 비용을 ‘버닝 코스트’라고 부른다. 

결국 라이브서비스 게임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버닝 코스트를 넘어서는 매출이 꾸준히 발생해야 한다. 게임사들이 종종 개발비가 대규모로 들어간 게임의 ‘서비스 종료’를 결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표적 사례가 카카오게임즈의 2025년 하반기 반등 카드로 제시됐던 ‘가디스오더’다. 가디스오더는 올해 9월24일 출시됐지만 출시 이후 매출과 이용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며 카카오게임즈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개발사 픽셀트라이브는 11월12일 가디스오더의 업데이트 중단 소식을 발표하며 추가 개선과 운영을 지속할 재무 여력을 확보하지 못해 파산 관련 법적 절차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가디스오더의 유통사인 카카오게임즈는 현재 가디스오더 이용자들의 환불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유통사로서 책임을 지고 이용자들의 환불 문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등의 자세로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카카오게임즈의 재무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카카오게임즈를 지탱하고 있는 게임들도 있다.

대표적 게임이 바로 ‘오딘:발할라 라이징’과 배틀그라운드다. 오딘은 올해 6월 4주년 대규모 업데이트 직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이어가고 있으며 11월25일 기준으로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퍼블리싱 매출도 대형 컬래버레이션(콜라보) 업데이트에 힘입어 PC게임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 카카오게임즈는 2017년 크래프톤(당시 블루홀)과 배틀그라운드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현재까지 퍼블리싱을 이어오고 있다.

문제는 현재 실적 구조가 신작 실패로 생긴 공백을 오딘과 배틀그라운드 등 기존 라이브 타이틀이 얼마나 오래 메워주느냐에 크게 의존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만약 이 두 IP의 매출 추세가 꺾인다면 비용 절감만으로는 적자 확대를 막기 어렵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오딘 역시 서비스 5년 차에 접어든 만큼, 버닝코스트 대비 매출 유지 여부는 시간이 갈수록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 한상우 대표가 지목한 4대 기대작, 모두 ‘온라인·MMORPG 축’

한상우 대표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프로젝트Q(가칭), 프로젝트OQ(가칭), 크로노 오디세이,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등 4개의 게임을 핵심으로 꼽고 2026년 실적 반등을 자신했다. 

한 대표는 이 네 가지의 게임을 언급하며 “2026년 출시를 목표로 다양한 타이틀을 준비하고 있고 그 가운데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게임은 총 4개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일정이 조정될 수 있으나 현재까지는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네 타이틀의 공통점은 모두 본질적으로 다중접속온라인(MMO) 구조를 갖춘 MMORPG, 혹은 온라인 액션 RPG라는 것이다.

프로젝트Q와 프로젝트OQ는 MMORPG, 크로노 오디세이와 아키에이지크로니클은 장르 명은 온라인 액션 RPG라고 발표됐지만 PC게임 구매 플랫폼 스팀의 게임 설명에는 ‘MMORPG’라고 표기돼 있다. 

문제는 한동안 국내 게임업계를 주름잡았던 MMORPG 전성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상위 10개 게임 가운데 MMORPG는 넷마블의 뱀피르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W 등 두 개뿐이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오딘 등의 MMORPG들이 매출 순위를 1위부터 모두 석권하고 있을 때와 사뭇 달라진 광경이다.

현재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MMORPG들이 대부분 출시된지 오래된 게임이라는 점도 현재 게임업계 매출 구조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25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 20위 안에 위치하고 있는 5개(출시 직후인 아이온2 제외)의 MMORPG 가운데 절반 이상인 3개(리니지W, 리니지M, 오딘)가 2021년 이전 제작된 게임이다. 

◆ 업계는 콘솔·서브컬처로 무게 이동, 엔씨소프트마저도 포트폴리오 다변화 속도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콘솔·PC 패키지 게임과 서브컬처 RPG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가며 장르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넥슨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통해 싱글플레이 콘솔 액션 게임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으며 크래프톤 역시 인생 시뮬레이션 ‘인조이’ 등으로 콘솔·패키지 비중을 늘리고 있다.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네오위즈 ‘P의 거짓’ 등 싱글플레이 콘솔 타이틀은 각각 수백만 장 판매고를 올리며 K-콘솔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으며 2026년 1월에는 펄어비스가 ‘붉은사막’으로 싱글플레이 콘솔 액션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서브컬처 RPG와 수집형·스토리형 타이틀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 역시 최근 게임업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넥슨은 ‘블루아카이브’를 통해 서브컬처 게임의 본산인 일본 시장의 공략에 성공했으며 시프트업의 서브컬처 슈팅 게임 ‘승리의 여신:니케’ 역시 출시 3년이 지난 현재에도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네오위즈의 ‘브라운더스트2’는 출시 초기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네오위즈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잡았으며 MMORPG의 명가로 불리는 엔씨소프트마저도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통해 서브컬처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 2026년 MMORPG·온라인 ‘올인’ 구조, 성공해도 실패해도 변곡점

MMORPG 자체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장기 라이브 매출을 통해 매우 오랜 기간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르라는 점에서 카카오게임즈의 전략을 긍정하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3형제(M, 2M, W)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등은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 동안 캐시카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전체적인 흐름이 IP를 전면에 내세운 싱글플레이 콘솔게임, 혹은 서브컬처 게임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MMORPG 장르도 ‘리니지식 과금 모델’을 벗어난 작품들은 다시 기회를 잡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출시된 넷마블의 뱀피르, RF온라인넥스트, 세븐나이츠 리버스, 넥슨의 마비노기모바일 등은 흥행에 성공해 현재 넷마블과 넥슨의 ‘효자 게임’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MMORPG 장르 게임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 것을 두고 한동안 게임 이용자들이 호소하던 ‘MMORPG 피로감’은 장르 자체의 한계라기보다는 지나친 과금 유도, 유저간 경쟁 중심의 소위 ‘리니지 라이크’의 한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는 크로노 오디세이나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에서 액션, 시간조작, 패키지 방식의 판매 등을 통해 기존의 온라인 게임들과 차별화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라며 “만약 게임 이용자들이 이러한 차별화 포인트들에 공감한다면 한 대표의 전략이 카카오게임즈의 턴어라운드를 불러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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