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홀딩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너무 크다, 이우현 AI 시대 태양광 사업 확장 승부수 언제
조장우 기자 jjw@c-journal.co.kr2025-11-21 07:10:18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태양광 사업 확장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OCI홀딩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의 불확실성 앞에서 태양광 사업을 놓고 안정을 선택했다.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은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급증함에 따라 올해 3월 신설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태양광 셀 생산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OBBBA법)'과 미국 내 한국인 근로자 구금사태 이슈로 정책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 AI 시대 데이터센터 급증, 빠른 전력 공급 위해 태양광 발전 필요
생성형 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분석에 따르면 인공지능 기업들이 전력 효율성 개선을 이룬다는 가정에 따르더라도 2032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5년에서 2032년까지 4배~10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모델을 학습하고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엄청난 연산능력이 필요한데 여기에 대량의 전력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산업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여러 전력원 가운데 태양광 발전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글로벌 경제조사업체 우드 맥킨지와 미국 태양광에너지산업협회(SEIA) 등 주요 자료를 종합하면 2025년 상반기 기준 태양광 관련 발전량은 미국에 설치된 신규 발전량의 80%를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OBBBA법에 따라 미국 태양광 시장이 당초 기대보다 낮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OBBBA법에 따라 태양광 보조금 혜택이 2027년 말까지 완공되거나 2026년 7월4일까지 착공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한해서 주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태양광산업협회(SEIA)를 비롯한 미국 산업계는 미국 정부의 조치가 재생에너지 성장을 저해하고 중소기업을 위협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다만 태양광업계에서는 적어도 2029년~2030년까지 미국 내 태양광 설치량 증가세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OBBBA의 세부규정에 따르면 2026년 7월4일 이후 착공하는 경우에도 2027년 12월31일까지 전력을 생산하면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다는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탠다.
◆ 안정 선택한 이우현, 늘어나는 태양광 사업기회 언제 승부수 띄울까
이우현 회장은 올해 초 미국에 독자 태양광 셀 생산공장을 조성하고 급증하는 태양광 수요에 대응할 채비를 한 바 있다.
OCI홀딩스는 올해 3월 미국 태양광사업 자회사인 미션솔라에너지(MSE)가 소유한 텍사스 부지에 태양광 셀 생산공장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OCI홀딩스는 자회사인 OCI테라서스를 중심으로 태양광 셀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인 폴리실리콘 생산과 공급에 집중했으나 이번에 미국 안에서 셀 생산을 추진해 태양광 가치사슬을 확장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OCI홀딩스는 올해 10월 태양광 산업에 대한 정책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이 태양광 셀 생산공장 조성 계획을 잠정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OBBBA법뿐만 아니라 미국 내 한국인 노동자 비자 발급 문제 등 처우문제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공시에서 "최근 태양광 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한 사업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효율성과 사업구조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추후 다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우현 회장은 미국에서 태양광 셀을 직접 생산하는 공장 건립 절차를 잠시 미루고,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수출하는 기존 사업에 우선 방점을 찍는 안정성에 무게를 더 둔 것으로 보인다.
OCI홀딩스의 자회사는 미국 정부가 중국기업을 겨냥해 추진하는 여러 정책적 규제에서 벗어나 수출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OCI홀딩스의 자회사 OCI테라서스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말레이시아 친환경 수력발전을 기반으로 생산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활용을 강조하는 캠페인인 RE100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또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의해 강화되고 있는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도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OCI 계열사들은 중국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우위를 점하는 공급망 구조를 갖춘 셈이다.
이우현 회장은 올해 1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시장이다"며 "비중국산 공급망을 잘 구축해 무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면 비중국 업체들에게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산 태양광 원료 폴리실리콘과 셀 제품은 미국에서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로 별도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OCI테라서스의 폴리실리콘의 경쟁력은 더욱 커지고 상대적 우위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에 따르면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은 1kg당 20달러 전후의 견조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산 폴리실리콘은 5~6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비중국 공급망을 바탕으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홀딩스의 자회사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홍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공급망에서 2028년까지는 OCI홀딩스를 제외하면 새로운 증설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견제가 심화될 경우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하면서 OCI홀딩스의 계열사 OCI테라서스의 실적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