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찬 골프존 회장(가운데)과 김원일 골프존 전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011년 5월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종합홍보관에서 열린 골프존 코스닥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골프존>
[씨저널] 스크린골프 사업을 하는 골프존의 지분구조를 보면 지주회사인 골프존홀딩스가 22.01%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김영찬 창업주 겸 회장이 14.99%로 2대주주다.
이 둘을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9.44%다.
골프존홀딩스의 지분율을 보면, 김영찬 회장의 외아들인 김원일 전 골프존 대표가 43.37%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김 회장이 10.65%로 2대주주다.
두 사람의 지분율이 50%가 넘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5.35%에 달해 지배력은 탄탄한 편이다.
김 전 대표가 40%를 넘는 지주회사 지분을 쥐고 있어 지분승계도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이렇게 보면 김 회장에게 승계 고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 보인다.
김 전 대표가 회사와 거리를 둔 채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골프존 2세 김원일의 경영 거리 두기
김원일 전 대표는 아버지인 김영찬 회장을 도와 골프존을 함께 창업했고, 2010년 골프존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아버지와 함께 공동대표를 지냈다. 하지만 2013년 12월 갑작스레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후 김 전 대표는 화랑 경영을 하는 클라우드갤러리, 경영컨설팅 및 투자 사업을 하는 원앤파트너스 등을 설립해 운영하다가 2016년 소전문화재단을 세우고 재단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소전문화재단은 △인문학 인재 및 작가 지원사업 △인문학 연구·강연·출판과 서적 수집 사업 △문학 전문 도서관(소전서림) 후원 사업 등을 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021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상장 즈음에 나를 깊이 돌아봤고 문득 궁금해졌다. ‘사업을 계속하는 건 내게 어떤 의미일까’ 젊은 나이에 창업했지만 개인적으론 열심히 돈을 벌려 했던 직장인들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빠르게 달려온 시간을 되돌아보니 내가 너무 불행하다고 느꼈다. ‘나’를 발견하고 싶었다”면서 “대표를 사임하고 7년간 책만 읽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골프존 및 골프존홀딩스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다만 보유 지분에 따른 배당은 받고 있다. 2022~2024년에만 결산배당으로 각각 30억 원, 30억 원, 44억 원, 총 104억 원을 골프존홀딩스에서 수령한 것으로 추산된다.
김 전 대표는 2024년 본인 소유 청담동 건물을 소전문화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재단은 소유권 이전 한 달 만에 이 건물을 매각해 781억 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전문화재단은 골프존 지분 1.15%(7만2075주)를 보유하고 배당 수익도 얻고 있다. 2024년에만 3억여 원의 배당금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 김영찬의 고민
아들만큼은 아니지만 김영찬 회장 역시 경영 2선으로 물러나 있는 상태다.
2015년 골프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고, 곧이어 2016년 지주회사 골프존홀딩스 대표직에서도 사임했다. 이후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아들처럼 재단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2015년 유원골프재단을 설립했다.
유원골프재단은 △골프 꿈나무(유원 엘리트 장학생) 육성 △프로골퍼 지원 △차세대 골프지도자 양성 △골프 산업 육성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유원골프재단 역시 골프존홀딩스 지분 0.05%(2만2천 주)를 보유하고 배당 수익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업계에서는 골프존이 사실상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상태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김 회장이 회장 직함을 여전히 보유하면서 회사 내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평가는 섣부른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회사로부터 높은 연봉도 받고 있다. 그는 2024년 골프존홀딩스에서 5억9600만 원, 골프존에서 28억62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그러나 김원일 전 대표가 진심으로 회사를 물려받을 생각이 없다면, 골프존은 나중에 진짜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 때문에 김영찬 회장의 승계 고민은 점점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들 승계의 대안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골프존 관계자는 김원일 전 대표의 복귀 계획 또는 가능성을 묻는 씨저널의 질문에 “확인 드릴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 김영찬·김원일은 누구?
김영찬 회장은 1946년생으로 홍익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1973년 GM코리아에 입사해 브레이크시스템 업무를 담당하며 경력을 시작했다. 1979년 삼성전자로 옮겨 1990년 시스템사업부장에 올랐다.
1993년 음성사서함 서비스업체 영밴을 세워 경영하다가 2000년 골프존을 설립하고 대표이사가 됐다. 2015년 지주회사 전환 후 골프존홀딩스 대표이사 회장를 맡았다.
골프 시뮬레이터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창업해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골프문화를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경영인이다.
김원일 전 대표는 1975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아버지와 함께 골프존을 설립했다. 2010년 대표이사에 올랐으나 2013년 12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