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체제에서 농협 출신이 아닌 비상임이사가 지속적으로 선임되는 등 이사회 구성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
[씨저널]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NH농협손해보험(농협손보) 이사회 구성에는 다른 손해보험사들과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비상임이사의 존재다.
5대 손보사(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는 대부분 이사회를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있다. KB손해보험 같은 경우 비상임이사가 1명 포함돼 있지만 전체 이사 수(6명)로 봤을 때 비중이 크지 않다.
반면 농협손보의 비상임이사는 무게감 있는 자리다.
이사회 내 5개 위원회(감사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 내부통제위원회) 가운데 감사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위원회에 모두 소속돼 있어 이사회 내에서 중요한 성격을 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협손보의 비상임이사는 농협 출신을 뽑도록 돼 있다. 하지만 최근 송춘수 농협손보 대표이사 사장 체제의 농협손보에서 농협 출신이 아닌 비상임이사가 지속적으로 선임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 농협 출신 비상임이사 선임은 농협손보 특수한 정체성과 연관
농협손보의 지배구조내부규범에 따르면, 비상임이사는 “농·축협 전·현직 조합장, 농협중앙회 및 계열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경력자 등 농협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험이 풍부한 자”를 선임하며 대표이사가 추천한다.
비상임이사 구성을 농협중앙회 관계자로 하는 취지는 일반 손보사와 구분되는 농협손보의 복합적 성격에서 찾아볼 수 있다.
농협손보는 손해보험사로서의 이익과 농업협동조합 계열사로서의 협동조합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손해보험사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이를 나타내는 대표적 상품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은 농협손보만 유일한 사업 시행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반 손해보험사의 고객이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로 열려 있는 반면 농협손보는 농업인이라는 특정 고객군이 포함돼야만 정체성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비상임이사의 요건을 농협 관련자로 특정하고 위원회 곳곳에 배치한 것도 손보사 운영에 협동조합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 정치인 출신 영입하고 구성원 늘리고, 농협손보 비상임이사 변화 움직임
현재 농협손보의 이사회 구성은 비상임이사 3명,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이다. 이사회 내 비상임이사의 비중은 1명(2016년)→2명(2019년)→3명(2023년)으로 증가해왔다.
주목할 부분은 비상임이사 수가 늘면서 농협 관련 경력이 없는 정치인 출신 비상임이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생겼다는 것이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비상임이사 3명 가운데 2명(최종철, 정종학)은 모두 지역 농협 조합장 출신이지만 나머지 1명(권택기)은 국회의원, 특임차관 등 정치인 출신 이력이 두드러졌다.
이전까지는 비상임이사가 모두 지역 농협 조합장 중에 선임된 것을 볼 때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올해 8월 공시된 반기보고서에서도 비상임이사의 경력 구성은 비슷한 경향을 띠었다. 3명 가운데 2명(강도수, 김진석)은 지역 농협 조합장 출신이지만 나머지 1명(김영일)은 민정수석비서관, 변호사 등 정치 및 법조계 출신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지배구조내부규범에서 규정하는 ‘농협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험이 풍부한 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공시에서 밝힌 이들의 선임 배경은 모두 경력과 관계없이 ‘손해보험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 및 전문성’이다. 다만 이들의 경력에서는 손해보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전문성을 유추할 수 있는 맥락이 보이지 않는다.
농협손해보험은 이들의 선임 배경을 두고 이사회의 다양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비농협 출신 비상임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이사회 결의를 할 때 다양한 구성이 필요한데 김영일 이사 같은 경우 법적 전문성에 대한 경력을 고려해서 선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할 때는 주로 사외이사를 내세우는 데 반해 굳이 지배구조 내부규범에서 자격조건을 제한하고 있는 비상임이사로 전문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주요 손보사들은 법률 전문가를 이사로 선임할 때 사외이사에서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