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회장 레이스 진옥동 독주지만, 신한은행 성과 낸 정상혁 있어 경쟁구도 갖춰져
윤휘종 기자 yhj@c-journal.co.kr 2025-11-10 07:06:29
신한금융 회장 레이스 진옥동 독주지만, 신한은행 성과 낸 정상혁 있어 경쟁구도 갖춰져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인선과 관련된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진옥동 회장의 연임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내부 인사 후보자 가운데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회장 승진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가동되면서 차기 회장 후보 인선과 관련된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진옥동 회장의 연임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내부 인사 가운데 후보자가 될 수 있는 인물을 거론하는 시선도 나온다.

그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히는 인물이 바로 정상혁 신한은행장이다. 

◆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군, 넓게 꾸렸지만 실제 승부는 ‘내부전’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부터 공식적으로 CEO 승계 후보군을 21명(내부 8명, 외부 13명)으로 관리해오고 있다. 

표면상 외연은 넓지만 과거 관행을 살펴보면 숏리스트에는 대부분 현직 회장, 신한은행장, 신한카드 대표 등 주력 계열사 대표들과 외부인사 1~2명으로 압축돼왔다. 

2019년 숏리스트에는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 임영진 당시 신한카드 사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민정기 전 신한BNP파리바산운용 사장 등이 포함됐다.

진옥동 회장이 선임된 2022년 신한금융지주 회장 선임 레이스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 숏리스트에는 2019년에도 숏리스트에 올랐던 조용병 회장, 진옥동 은행장, 임영진 사장에 더해 허영택 신한금융지주 당시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숏리스트에는 항상 외부 인사가 포함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신한금융지주의 회장이 모두 내부 인사였다는 것을 살피면 이번에도 사실상 내부 경쟁이 될 확률이 높다.

재미있는 점은 과거와 달리 진옥동 회장의 ‘경쟁자’라고 부를만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옥동 회장의 연임 경쟁자는 진옥동 회장 자신’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신한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신한카드와 신한투자증권의 대표이사는 모두 대표 경력이 매우 짧다.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이사와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올해 1월1일 취임했다.

정상혁 은행장 역시 은행장 경력이 길지는 않다. 정 행장은 2023년 2월에 선임돼 현재 3년차 은행장으로, 진옥동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일했다는 것을 살피면 아직 경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정 행장이 신한은행장으로서 낸 실적은 회장 후보군에 오르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행장은 신한은행을 이끌며 2024년에 6년 만에 ‘리딩 뱅크’ 자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 금융권을 휩쓴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도 5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유일하게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그룹 13개 계열사 가운데 9곳의 수장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신한은행장에 재선임되며 그룹 내 입지를 재확인했다. 내부통제 선진화를 앞세워 경영 안정화까지 끌어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 실적과 내부통제 ‘두 마리 토끼’, 리딩금융 탈환으로 성과 확인

정상혁 은행장은 2024년 한 해 동안 신한은행 당기순이익 3조6954억 원을 달성하며 6년 만에 ‘리딩 은행’ 타이틀을 되찾아왔다. 2위 하나은행과의 순이익 격차는 3390억 원이다.

신한은행은 2018년 KB국민은행을 제치고 당기순이익 기준 국내 은행 가운데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해인 2019년 KB국민은행에게 다시 리딩 뱅크의 자리를 뺐겼다.

리딩 뱅크 자리는 2021년까지 KB국민은행이 차지하고 있다가 2022년과 2023년에는 하나은행이 차지했다. 

정 행장은 내부통제 측면에서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행장은 취임하자마자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외치며 신한은행의 내부통제 강화에 힘쓰기 시작했다. 자금세탁방지부를 본부로 격상했으며 자금세탁방지부장이었던 정해영 부장을 임원(자금세탁방지본부장 상무)으로 승진시키면서 힘을 실어줬다.

또한 올해 초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본부 책임구조를 재편했으며 FDS(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과 디지털 기반 감사 인프라 등도 고도화했다. 

2024년 9월 은행권 최초로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도입해 내부통제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했다는 것 역시 내부통제 측면에서 정 행장의 성과로 평가된다.

◆ ‘일본 경력’ 없는 정상혁, 재일교포 주주의 ‘민심’은

한쪽에서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민심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신한금융의 역사와 지배구조를 이야기할 때 재일교포 주주의 존재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뿌리는 1982년 재일교포였던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이 재일교표 340명의 출자금을 모아 설립한 신한은행이다.

이 340명의 주주들은 세대를 거치며 상속, 증여 등을 통해 약 5천 명으로 늘어났으며, 이 5천명의 재일교포 주주들은 간친회라는 단체를 창구로 신한금융지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친회가 보유한 신한금융지주 지분은 약 17% 정도로 추산된다.

인사와 지배구조 영역에서도 간친회의 무게감은 작지 않다. 올해 상반기 보고서 기준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9명 가운데 3명이 일본에서 활동하는 인물이다.

배훈 법무법인 오르비스 변호사, 김조설 오사카상업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전묘상 스마트뉴스 운영관리 총괄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배훈 변호사와 김조설 교수는 회장추천위원회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의 회장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살피면 회추위 구성원의 40%는 활동영역이 일본 지역인 사람들로 채워져있는 셈이다.

실제로 진옥동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데에도 재일교포 주주들의 민심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 오사카 지점장, 일본 여신전문회사 SH캐피탈 사장, 신한은행 일본 법인인 SBJ은행 부사장과 법인장 등을 맡아온 신한금융그룹의 대표적 ‘일본 전문가’다. 

정상혁 행장은 일본과 접점이 크지 않다. 1990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줄곧 한국의 신한은행에서만 근무했다. 다만 정 행장의 임기 동안 SBJ은행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정 행장을 바라보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시선이 호의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SBJ은행은 2024년에 2023년보다 무려 17% 늘어난 1486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 역시 지난해 상반기 714억 원에서 854억 원으로 개선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 재일교포 주주들의 가장 큰 특징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굉장한 ‘주인의식’을 보이는 주주들이라는 것”이라며 “소위 ‘일본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리딩뱅크 탈환 등 눈에 띄는 실적을 내고 있는 정 행장을 좋게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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