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비전 밀고가는 김범석, AI로 확장하는 조직개편 움직임 주목
안수진 기자 jinsua@c-journal.co.kr 2025-11-07 07:02:24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비전 밀고가는 김범석, AI로 확장하는 조직개편 움직임 주목
김범석 쿠팡Inc. 의장. <쿠팡>
[씨저널] “How did I ever live without Coupang?(우리가 쿠팡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쿠팡의 비전을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을 넘어 소비자 일상의 전 영역을 연결하는 ‘생활 인프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쿠팡이 강조해온 ‘생활 인프라 플랫폼’은 이제 소비자 생활 전반을 넘어 기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가운데 쿠팡의 핵심 AI 책임자가 자리를 떠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쿠팡은 11월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최근 프라남 콜라리(Pranam Kolari) 검색·추천부문 부사장이 11월14일 사임한다고 밝혔다. 

콜라리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쿠팡에서 검색 품질 개선과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커머스 전반에 적용하는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최근 쿠팡이 기술 인프라를 확장하고 AI 조직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그의 사임이 단순한 인사이동을 넘어 내부 구조 변화의 신호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쿠팡 플랫폼 ‘생활 영역’ 넘어 기술로 확장, AI클라우드·개발자 네트워크 플랫폼 시작한다

쿠팡이 강조해온 ‘생활 인프라 플랫폼’은 이제 소비자 생활 전반을 넘어 기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쿠팡은 소비자 일상의 모든 활동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 담은 뒤, 이제 AI와 클라우드 기반으로 플랫폼의 기술적 자립과 확장에 나서고 있다. 

쿠팡은 외부 물류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전국에 풀필먼트센터와 로켓 배송망을 확장하며 ‘물류 인프라’를 체화해왔다.

빠른 배송의 핵심 경쟁력인 물류 기반을 직접 운영하면서 배송 품질과 통제력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내년까지 신규 풀필먼트센터 확장과 설비투자,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등에 3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로켓배송 가능 지역은 전국 260개 시군구의 70% 수준에서 전국 단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쿠팡은 ‘AI 자동화·로봇 설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I 물류 자동화 관련 기술 인력은 올해 기준 75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초에는 자체 AI클라우드를 ‘쿠팡 인텔리전트 클라우드(CIC)’로 리브랜딩해 상업화를 본격화했다. 

CIC는 싱가포르 데이터센터업체 엠피리온디지털의 서울 데이터센터를 임차해 기반을 확보하고 쿠팡 내부와 외부 연구기관, 스타트업 등에 도입해왔다.

AI 개발자 네트워크 플랫폼 자회사로 알려진 ‘엘리브에이트’도 올해 새롭게 설립됐다. 

세부 사업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1월8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해커톤 ‘핵서울(Hack Seoul)의 후원사로 참여하며 개발자 커뮤니티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24시간 안에 주제에 맞는 IT서비스를 개발하는 대회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엔젤핵과 이 행사를 공동주관 했다. 

이는 단순한 신사업 진출을 넘어서 쇼핑·물류·결제 중심의 생활 플랫폼을 기술 인프라 중심의 생태계로 고도화하려는 전략적 수순으로 풀이된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스타트업 정신이 남아있어 신규 사업을 대대적으로 기획해서 출원하기보다는 시범삼아 시작해보는 경우도 있다”며 ”거시적 관점에서는 이런 쪽으로 사업이 더 발전될 수 있겠지만 내부적으로 구체화된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 쿠팡 ‘와우 멤버십’ 중심으로 커지는 시장지배력과 공정성 논란

이 모든 확장의 중심에는 ‘와우 멤버십’이 있다. 쿠팡은 쇼핑과 배달, 콘텐츠를 하나의 멤버십으로 통합해 소비자 록인(가두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하나의 멤버십으로 쇼핑·배달·OTT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고, 이 구조가 체류시간과 결제빈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쿠팡은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AI·클라우드 기반 무형 서비스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할 포석을 마련하고 있다.
  
그 결과 쿠팡은 시장 지배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몰 거래액 242조 원 기준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22.7%로 업계 1위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쿠팡이츠는 서울 지역 8개 카드사 결제금액 기준 매출 2113억 원으로 시장 1위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올해 6월 국내 OTT 시장 점유율 21%로 넷플릭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올해 3분기 실적도 역대 최대다. 쿠팡은 매출 12조8455억 원, 영업이익 224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51.5% 증가했다. 

다만 공정위는 쿠팡의 수익구조가 소비자와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에게 불공정한 거래를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쿠팡이 협력업체 입점을 유도해 상품 다양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뒤, 일정 점유율에 이르면 자체 브랜드(PB)나 직매입 비중을 늘려 입점업체의 판매 영역을 잠식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입점업체들은 쿠팡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판매마진 축소나 상품 노출 감소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에 놓였다.

쿠팡이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인기 상품과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직접 판매를 강화하면서 결과적으로 입점업체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시장 종속은 더욱 심화되는 구조다.

공정위는 올해 10월에도 쿠팡이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 과정에서 기존 고객의 ‘즉시 동의’를 유도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지난해 4월 멤버십 이용료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리면서 쇼핑몰 초기화면 팝업창을 통해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가격변경 동의)나중에 하기’ 문구는 작고 눈에 띄지 않게 표시한 반면 ‘가격 인상 동의’ 버튼을 강조해 사실상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결제화면에서도 ‘가격인상 동의’ 관련 문구를 끼워 넣어 이용자의 동의를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안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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