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끄는 LG화학 주가가 10월22일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으로 장중 신고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씨저널] LG화학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외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은 ‘첨단소재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체질 개선뿐만 아니라 주주환원의 재원으로도 활용할지 주목된다.
영국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가 최근 LG화학을 상대로 주주제안을 공식화했다.
팰리서캐피탈은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 강화 △경영진 보상제도 개선 △수익률 중심의 자본배분 체계 시행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했다.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은 순가산가치(NAV)보다 74% 할인된 주가에 거래되고 있으며, 약 69조 원의 가치 격차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79%의 가치는 모회사 시가총액의 3배에 달하지만 시장에서 이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팰리서캐피탈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행동주의 펀드다. 엘리엇매니지먼트 홍콩사무소에서 한국 투자를 담당했던 제임스 스미스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설립했다.
팰리서캐파탈의 주주제안이 알려지면서 LG화학 주가는 10월22일 직전거래일보다 13.01% 오른 39만1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직전거래일보다 14.31% 오른 39만55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장기 관점에서 팰리서캐피탈처럼 자산 효율성 제고를 요구하는 주주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유동화 계획이 추가적으로 발표되면 자산의 효율적 재배치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 등이 가능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석유화학 업황 둔화로 실적이 부진한 만큼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더욱 안게 됐다.
신 부회장은 2019년 취임한 뒤 LG화학 사업을 '첨단소재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LG화학 창사 이래 첫 외부 출신 CEO로 "하나의 사업에 배팅하기보다 현재와 미래, 불황과 호황을 모두 견딜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는 신념을 강조해왔다.
그는 전지소재와 친환경소재, 신약 등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설정하고 2030년까지 매출 4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비핵심사업을 매각하고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유동화를 통한 자금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2028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2030년까지 매출 5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장기 전략도 발표했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석유화학 경기 둔화와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분할의 후유증이 여전히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모회사인 LG화학의 실적 변동성이 부각되면서 신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 병행이 시장 신뢰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LG그룹도 23일부터 진행 중인 사업보고회에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