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위기에 위상 더 높아졌다, '오너일가' 최창원 컨트롤타워 맡아 진두지휘
안수진 기자 jinsua@c-journal.co.kr 2025-10-24 07:07:18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위기에 위상 더 높아졌다, '오너일가' 최창원 컨트롤타워 맡아 진두지휘
SK가 2023년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임기 2년의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 <연합뉴스>
[씨저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의장으로서 대외활동에 주력하는 동안 그룹 내부의 의사결정 축은 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로 모이고 있다.

최창원 수펙스 의장은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 수장으로서 경영 판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수펙스는 단순한 협의체를 넘어 그룹 전체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주요 현안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최창원 수펙스 의장, SK그룹 재편 밑그림 그리다

최창원 의장은 SK그룹이 직면한 재무 부담과 성장 둔화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SK는 특수가스와 CMP패드, 웨이퍼 등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공정에 꼭 필요한 소재사업을 계열화하며 반도체 사업을 수직 확장해왔지만, 최근에는 다시 이 계열사들을 매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직계열화는 공급 안정성 확보와 원자재 가격 안정성, 기술 자립 등에서 강점이 있지만, 업황이 부진할 경우 연쇄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최 의장의 발언을 보면, SK그룹은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중국의 공급과잉 등 대내외 정치·경제적 불안 요인으로 사업 전반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9월 울산포럼에서 “최근 기업과 지역사회는 지역소멸, 기후변화, 지정학적 요인들로 지속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중국이 잘되면 우리가 잘되고 미국은 우리 편이라는 공식도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우려 속에서 인공지능(AI)가 구세주처럼 등장했다”며 산업 트렌드가 AI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AI용 메모리반도체의 글로벌 수요는 최장 4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성형 AI의 확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업체와 각국 정부가 AI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여기에 온디바이스 AI도 더해지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반도체 수출이 165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바라봤다.

이런 상황 속에서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점유율의 과반을 차지한 엔비디아에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매출 24조4670억 원, 영업이익 11조3294억 원으로 2분기보다 각각 10%, 2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SK그룹의 리밸런싱 전략은 메모리반도체 중심으로 경쟁력을 집중하고, 공정용 소재와 장비는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슬림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23년부터 SK그룹 내 반도체 소재 계열사에서 받는 공급량을 줄여왔다. 2023년에는 소재 거래가 공시기준 예상금액인 7517억 원 수준보다 20%가량 줄였다. 

최근에는 이 계열사들의 지분 매각도 진행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상반기 반도체 공정의 핵심소재인 특수가스 제조업체 SK스페셜티와 CMP패드 제조업체 SK앤펄스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같은 시기 SK하이닉스는 상보형 금속산화 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사업에서 손을 떼고 관련 인력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분야로 전환했다.

반도체 웨이퍼업체 SK실트론도 SK가 보유한 70%가량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한앤컴퍼니와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5월 반도체 포토소재 업체인 SK머티리얼즈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였던 반도체 소재업체 SK트리켐과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는 SK에코플랜트에 현물출자했다. 

◆ SK그룹 내 수펙스 기능과 역할 어떻게 변모했나 

수펙스는 2013년 SK그룹의 공격적 인수합병과 사업투자로 계열사가 급증하면서 보다 효율적이고 통합된 그룹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졌다. 

수펙스(Super Excellent Level)는 인간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 ‘초일류’를 목표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모여 월간 회의체 형식으로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조직이다.

‘따로 또 같이’라는 기조 아래,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사이 주요 의사결정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태원 회장 경영 부재 시기에는 계열사 각각이 자율경영을 맡는 집단지도체제 속에서 ‘비상체제 대행기구’로서 느슨한 의사결정 기능을 수행했다.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부터는 본인의 핵심 참모진 중심으로 재편되며 ‘참모진영’ 역할을 수행했고, 직접적 의사결정 권한도 강화됐다고 평가됐다. 

당시 수펙스를 이끈 조대식 의장은 최 회장과 초등학교·대학교 동기동창으로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조 의장이 SK 사장 시절부터 함께했던 인물들이 수펙스 내 전략지원팀에서 조 의장과 손발을 맞췄다고 알려졌다. 이들 4명은 2017년 말 상무로 승진했다.

전략지원팀은 30명 남짓의 인원으로 구성되며 부장들도 언제든 의장과 독대할 수 있는 자리라고 불릴 정도로 위상이 크다고 알려졌다.

수펙스는 당시 전략지원, 인사(HR), 자율·책임경영지원 등의 부서로 구성됐다.

2021년부터는 계열사 이사회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는 지원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알려졌다.

현재는 그룹 차원의 큰 방향 제시하면서도 계열사 의사결정을 존중·지원하고 동시에 견제하는 기구로 의사결정 투명성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오너 일가인 최창원 의장이 수펙스를 맡아 SK그룹의 리밸런싱을 진두지휘하면서 수펙스의 역할이 더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수펙스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아 통상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지만, 지난해 6월에는 수펙스 회의에 직접 참석해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의 입장을 밝히며 시선이 쏠렸다.

수펙스는 전략·글로벌과 환경사업, 인재육성, 커뮤니케이션, 사회적가치(SV), ICT, 거버넌스, 반도체 등 9개의 핵심 경영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소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반도체위원회는 지난해 7월 신설됐고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위원장에 선임됐다.

역대 수펙스추구협의회는 2013년부터 3년 동안 김창근 의장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조대식 의장이 맡았다. 현재는 최창원 의장이 2023년부터 수펙스를 이끌고 있다. 

최 의장은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막내아들이자 최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2007년 SK케미칼 대표를 맡아 바이오 등 신사업 성장을 주도한 바 있다. 안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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