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일 하나제약 창업회장의 아들 조동훈 하나제약 경영총괄 부사장이 후계자로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제약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하나제약은 국내 마취제 및 진통제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안정적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조경일 하나제약 창업회장의 지분이 3남매에게 분산되고 2019년 딸 조혜림 전 이사의 퇴사와 전문경영인 체제의 장기화로 오너 지배력에 불안정성이 내포돼 있다는 말이 나온다.
◆ 전문경영인 체제의 유지와 남매경영의 균열
하나제약은 2016년 조경일 창업회장의 탈세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9년째 유지하고 있다.
2018년 이윤하 대표를 거쳐 2023년 최태홍 대표로 이어지는 전문경영인 체제는 기업의 이미지 개선과 글로벌 사업 확장에 기여했다.
하지만 동시에 조경일 창업회장의 장남 조동훈 경영총괄 부사장의 최고경영자(CEO) 등판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여기에 전문경영인 체제의 계기가 됐던 조경일 창업회장의 탈세 혐의 재판이 유죄로 2018년 결론 지어지면서 재무 파트에서 근무했던 장녀 조혜림 전 하나제약 이사가 회사를 떠난 것도 하나제약의 지배력에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제약업계에서는 조혜림 전 이사가 탈세 혐의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경영 방향성에서 차이가 생겨 퇴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혜림 전 이사는 퇴사 뒤에도 하나제약 지분을 유지하면서 주주로서 영향력을 보존하고 있어 향후 경영결정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나제약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2025년 10월14일 기준으로 조동훈 부사장 25.29%, 조경일 창업회장의 차녀 조예림 하나제약 이사 11.46%, 조혜림 전 이사 11%, 조경일 창업회장의 배우자 임영자씨가 4.59%, 조경일 창업회장 2.13%, 조동훈 부사장의 매형 강성화씨가 0.8%를 보유하고 있다.
조동훈 부사장이 단일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아버지 조경일 창업회장과 어머니 임영자씨의 지분의 행방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두 누나와 지분관계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하나제약 오너 2세 남매들은 모두 미국 유학을 거친 뒤 하나제약에서 근무해 최고경영자로서 활약할 역량을 갖췄다는 점도 향후 경영권의 행방에 영향을 미칠 요소로 꼽힌다.
조동훈 부사장은 2004년 하와이주립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6년 하나제약 서울종합병원팀에 입사해 영업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2010년 경영본부장으로 승진한 뒤 2015년부터 경영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쌍둥이 자매인 조혜림 전 이사와 조예림 이사는 2002년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어바인캠퍼스를 함께 졸업한 뒤 하나제약에 입사해 각각 다른 사업부에서 전문성을 키운 바 있다.
조혜림 전 이사는 경리부와 자금부를, 조예림 이사는 마케팅부와 개발부 및 글로벌사업팀을 거쳤다.
조예림 이사는 여전히 하나제약 글로벌사업팀에서 일하면서 해외 판로 개척에 힘쓰고 있다.
◆ 지배력 불안정성 보이는 하나제약, 한진그룹처럼 갈등 나타날까
하나제약의 이같은 지분구성과 남매경영의 균열은 과거 한진그룹과 겹쳐 보이는 지점이 있다.
누나인 조혜림 전 이사가 하나제약을 퇴사했고, 남동생 조동훈 부사장이 후계자로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이 유사하다.
한진그룹은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별세 후 남매 사이 갈등으로 경영권의 위기에 봉착한 바 있다.
2019년 말 장녀 조현아(개명 뒤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방식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이른바 ‘남매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던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선대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이 무시됐다며 이사회 절차 문제를 제기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3자 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을 결성해 조원태 회장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 사장은 조원태 회장을 지지했고, 조원태 회장은 2020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그 뒤에도 3자 연합의 공세는 계속돼 한 때 지분율을 45.23%까지 끌어올리기도 했지만, 2020년 12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하면서 조 회장에게 유리하게 상황이 반전됐다.
3자 연합은 법원에 산업은행의 투자를 막기 위한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결국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나제약도 남매에게 지분이 분산돼 있어 갈등이 발생할 경우 한진그룹과 같이 분쟁이 크게 번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제약 오너 일가가 향후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