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저가 커피 공세와 프리미엄 전략 사이 딜레마, 정용진 재신임 얻은 손정현 절충점 찾아낼까
이승열 기자 wanggo@c-journal.co.kr2025-10-16 07:06:30
손정현 SCK컴퍼니 대표(오른쪽)는 2025년 9월 있었던 ‘2026년 신세계그룹 정기인사’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재신임을 얻어 연임에 성공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최근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 저가 커피전문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그 결과 커피전문점 시장은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커피전문점과 저가 커피전문점으로 양극화돼 가고 있다.
이는 경기 부진과 고물가에 따라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커피 수요가 접근성, 가성비, 가심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편,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충성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스타벅스는 오랜 기간 고품질 커피, 편안하고 세련된 매장, 친절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저가 커피전문점의 성장으로 스타벅스 역시 프리미엄 전략을 일정 정도 수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키오스크와 진동벨을 도입하고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시도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는 맞춤형 할인행사도 잇따라 시행 중이다. 예컨대, 음료를 일정 시간 내에 재주문할 경우 가격을 할인해 주는 ‘원모어 커피’, 저녁시간에 가격을 할인해 주는 ‘이브닝 이벤트’ 등 시간대와 특정 조건에 따라 고객의 부담을 줄여주는 이벤트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저가 업체에 대한 대응책이 스타벅스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과 상충해, 장기적으로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진동벨과 키오스크는 고객과 직원 및 바리스타와의 대면소통, 상호작용이라는 전통적인 가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 가격할인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의 충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 딜레마 해소 위한 손정현의 선택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의 손정현 대표는 프리미엄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면서도, 일부 제품이나 매장, 시간대에 대해서는 가격 탄력성을 부여하고 각종 고객 혜택을 확대하는 정책도 펴고 있다. 경험의 차별화와 운영의 효율화를 병행하는 전략이다.
우선 전자를 위해서는 ‘더(THE) 매장’과 ‘콘셉트 매장’, ‘리저브 매장’ 등 프리미엄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더 매장’은 특정 지역만의 상징성을 느낄 수 있는 매장을 말한다. ‘콘셉트 매장’에서는 특별한 스토리를 즐길 수 있고, ‘리저브 매장’에서는 고급 ‘스페셜티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지역의 문화와 특성을 반영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매장도 늘리고 있다. 예컨대 매장을 한옥으로 짓거나, 지역 특산물로 만든 메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서 손 대표는 앞서 언급한 맞춤형 할인 외에도 ‘스타벅스 리워드’ 제도를 도입 14년 만에 처음으로 개편했다. 낮은 등급의 회원들에 대한 혜택 확대를 통해 충성고객을 늘리는 전략으로, 지난 6월 시행했다.
스타벅스 리워드는 웰컴·그린·골드 등급 순으로 차별화되는데, 이번 개편은 기존에 별 쿠폰 교환이 제한됐던 그린 등급 회원도 적립한 별로 무료 음료 쿠폰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회원들의 선택지를 음료뿐 아니라 푸드, 기획상품(MD)으로 넓히고, 골드 회원 승급 기준도 기존 별 30개에서 25개 적립으로 완화했다.
이와 관련해 SCK컴퍼니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고객 혜택을 다양화해 더욱 편리하고 만족스러운 리워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제도를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리워드 확대는 충성고객을 늘림으로써 각종 가격 할인에 따른 브랜드 가치 희석 우려를 보완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손 대표는 공간비용 절감과 빠른 회전율 확보를 위해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늘리고,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 손정현은 누구?
손정현 대표는 1968년생으로, 고려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2007년 SK텔레콤에 입사해 SK홀딩스에서 경력을 쌓다가 2015년 신세계그룹으로 옮겨 신세계I&C 지원담당 상무를 맡았다.
이후 신세계I&C IT사업부장 상무, IT사업부장 전무를 거쳐 2020년 신세계I&C 대표이사가 됐다.
2022년 10월 SCK컴퍼니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당시 SCK컴퍼니는 여름 고객증정품으로 제공한 ‘서머 캐리백’에서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돼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송호섭 당시 대표를 경질하고 손 대표를 구원투수로 앉혔다.
손 대표는 2025년 9월 있은 ‘2026년 신세계그룹 정기인사’에서 정용진 회장의 재신임을 얻었다. 고객 편의를 위해 앱 기능을 강화하는 등 IT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안전경영·현장경영을 적극 펼침으로써 스타벅스의 실적과 신뢰도를 회복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