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석 삼진제약 대표와 최지현 삼진제약 대표가 앞으로도 공동경영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은 조의환 창업회장과 최승주 창업회장이 1968년 함께 세워 오늘날까지 약 57년간 공동경영체제를 이뤄왔다.
현재 삼진제약은 오너2세인 조규석 대표이사와 최지현 대표이사가 각각 경영관리 및 생산 총괄업무와 영업 및 연구부문 총괄업무를 나눠 맡으며 각자대표 체제를 꾸리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삼진제약 오너인 조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공동경영체제의 최대 변수로 3대 주주인 하나제약을 꼽고 있다.
하나제약과 그 오너 일가는 2020년부터 삼진제약 주식을 매입한 뒤 현재 8.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목적을 공시하면서 ‘단순투자’라고 밝혔지만 언제든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하나제약이 삼진제약 지분을 판다고 하더라도, 향후 조씨와 최씨 공동경영 가문 사이 지분이 비등해 내부적 경영권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삼진제약 주요 주주 구성과 하나제약이라는 변수
삼진제약의 주요 주주를 살펴보면 조의환 창업회장(6.04%)과 조규석 대표(3.06%)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12.85%를 쥐고 있다.
또한 최승주 창업회장(3.07%)과 최지현 대표(2.44%) 등 특수관계인 12인이 10.02%를 들고 있다.
이렇게 조씨 일가와 최씨 일가가 모두 22.87%를 확보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오너 일가가 30% 이상의 지분을 쥐고 있어야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삼진제약은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구조를 띄고 있는 셈이다.
다만 삼진제약은 자사주 11.81%가 있고 생명공학업체 아리바이오가 2022년 사업협력에 따른 자사주 스와프에 따라 삼진제약 지분 7.99%를 들고 있어 이런 구조를 떠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하나제약과 그 오너 일가가 2020년부터 삼진제약 주식을 매집하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하나제약과 조동훈 하나제약 경영총괄 부사장과 조혜림·조예림 하나제약 이사를 비롯한 오너 일가는 2022년 11월 삼진제약 지분을 13.7%까지 끌어올리면서 최대주주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제약업계에서는 하나제약이 삼진제약의 경영권을 위해 지분을 사모으는 것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을 강하게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조혜림 이사와 조예림 이사가 지분을 일부 처분하면서 2025년 9월30일 기준 하나제약과 조동훈 하나제약 경영총괄 부사장은 삼진제약 주식을 8.33%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제약 측이 삼진제약 주식을 일부 처분하면서 고조됐던 분위기는 가라앉고 있지만 여전히 삼진제약 오너 일가의 불안정한 지배력에 위험요소로 꼽히고 있다.
◆ 하나제약 엑시트 시나리오에서도 불확실한 삼진제약 경영권
제약업계에서는 하나제약이 삼진제약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이른바 엑시트를 단행한다고 하더라도 삼진제약의 경영권에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다고 바라본다.
공동경영을 꾸려가는 조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지분이 각각 12%, 10% 가량으로 비등하기 때문이다.
삼진제약은 본래 조의환 창업회장과 최승주 창업회장이 건풍제약에서 동기로 만난 인연으로 함께 세운 제약사다.
두 사람은 '수입약 판매를 넘어 직접 만든 약으로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공통목표로 1968년 삼진제약을 함께 창업했다.
조의환 창업회장과 최승주 창업회장은 1941년생 동갑내기로 각각 중앙대학교 약대와 충북대학교 약대를 졸업한 약사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후대로 승계되는 과정에서 아직까지 지분이 완벽하게 넘어가지 않았고 분산돼 있어 지배력에 관해 물음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창업단계에서 공동경영을 잘 이끌어오다가 틀어진 영풍과 고려아연의 사례도 삼진제약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시선을 뒷받침한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1949년 최기호·장병희 창업회장이 공동창업한 이후 75년간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왔으나, 2022년 3세 경영진 교체를 계기로 경영전략과 신사업 진출을 둘러싼 의견차가 벌어지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외부 자본을 유치하며 경영권 독립을 추진하자, 장형진 영풍 고문이 이에 반발하며 2024년 9월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75년 동업관계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삼진제약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삼진제약의 공동경영 체제는 각 경영진의 전문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다"며 "현재 오너 및 전문경영인은 원활한 협의와 협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세간에서 우려하는 경영권 분쟁 소지는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기우로 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