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9월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카카오>
[씨저널] “위 문서가 홍민택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이 명백하므로, 귀사께서는 신속히 위 문서에 대한 임시조치를 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위키사이트(문서의 편집 권한이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웹사이트)인 나무위키가 10월10일 게시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의 본인 관련 문서 비공개 요청서의 일부분이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이 나무위키에 본인 문서의 비공개를 요청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기업인이 이를 요청하는 것은 드물다.
홍 CPO가 올해 9월 카카오톡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판에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홍 CPO로서는 올해 초 토스뱅크 대표이사에서 카카오 CPO로 자리를 옮긴 뒤 처음으로 커다란 고비를 맞은 셈이다.
카카오는 9월23일 카카오톡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이후 ‘친구’탭과 ‘지금’탭의 개편이 이용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며 이 업데이트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홍 CPO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됐다.
카카오톡은 ‘친구’ 탭을 개편해 메인 화면에 친구들의 프로필 피드가 노출되도록 했고 기존에 존재하던 ‘오픈채팅’ 탭은 이용자들이 만든 숏폼 콘텐츠와 오픈채팅방이 노출되는 ‘지금’탭으로 바꿨다.
이용자들은 “메신저 메인 화면에서 회사 부장님의 골프 사진을 왜 봐야하나”, “카카오톡이 어설프게 인스타그램을 따라한다”, “부적절한 콘텐츠가 숏폼 탭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 있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업데이트가 배포된 당일인 9월23일부터 그 주 마지막 거래일인 26일까지 카카오 주가는 10.7% 하락했으며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카카오톡의 별점 평가는 최저점인 1점까지 낮아졌다.
결국 카카오는 9월29일 친구탭 개편을 철회하고 피드형 게시물은 ‘소식’탭을 신설하여 서비스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친구탭의 롤백 시점을 ‘올해 4분기 내’라며 명확하게 지정하지 않은 점, 숏폼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수정사항을 이야기하지 않은 점 등을 두고 비판하는 시선도 여전히 남아있다.
홍 CPO는 같은 날 사내 공지를 통해 “트래픽과 같은 지표는 유지되고 있지만 숫자와 무관하게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IT업계에서는 홍 CPO가 카카오톡을 체류형 서비스로 확장하겠다는 이번 카카오톡 개편의 취지 자체는 계속 밀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메신저 서비스만으로는 카카오의 수익성 개선과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 CPO는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15년간 (메시징) 목적형 서비스로 제공된 것을 체류형 서비스로 확장하고, 피드 형태를 통해 페이지 뷰를 무한정 늘리는 시도는 당연히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럼에도 카카오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개편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개편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