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코스닥 상장법인인 안국약품은 2025년 말 기준 12.86%에 달하는 높은 비율의 자기주식(자사주)을 보유하고 있다.
한 매체의 집계에 따르면 상장사 평균 자사주 비율은 코스피 4.4%, 코스닥은 2.5%에 그친다.
안국약품은 지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였다. 2009년 말 기준 자사주 비율은 14.9%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이 비율은 대체로 유지돼 왔다.
당시 안국약품은 자사주를 매입할 때마다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려는 의도로 봤다. 인적분할 후 ‘자사주 마법’을 활용해 안국약품에 대한 지배력을 크게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지주회사에 대한 자산총액 요건이 1천억 원에서 5천억 원으로 강화되면서 안국약품의 지주회사 설립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2016년 말 기준 안국약품의 자산총액은 1963억 원에 그쳤다. 2025년 6월 말 기준 자산총액도 3019억 원에 머무른다.
◆ 어진의 자사주 활용법?
최근 정부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어진 안국약품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자사주 활용법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이 마련한 자사주 처분 의무화 법안에 따르면 기업은 자사주 취득 후 1년 이내에 이를 원칙적으로 소각해야 한다. 안국약품의 자사주는 매입 이후 20년 안팎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즉시 소각 의무 대상이 될 확률이 크다.
대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장회사는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 우호세력에게 자사주를 넘기는 이른바 ‘백기사’ 전략을 쓰기 위해서다.
하지만 안국약품의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높아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할 필요성은 낮다. 어진 부회장이 43.22%의 지분율로 강력한 오너십을 구축하고 있고, 오너 일가의 지분율도 48.22%에 달한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안국약품이 신사업 자금 조달을 위한 자사주 매각, 또는 자사주를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최근 이 회사가 ‘2027년 매출 5천억 원, 5년 안에 제약업계 10위 진입’을 목표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이 같은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박인철 대표이사 부사장이 올해 1월 취임하면서 내건 비전이다.
안국약품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료 제조 및 수입업과 판매업, 미용기기 제조 및 유통과 판매업을 정관 내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도 했다.
다만 자사주 매각은 당장 주가의 하락을 불러올 가능성이 커 주주들의 불만을 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EB 발행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EB 역시 중장기적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야기해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어진 부회장은 자사주 소각화 의무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보유한 자사주 활용법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씨저널은 안국약품의 자사주 활용 계획에 대해 묻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