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명 명인제약 소유와 경영 분리 약속했지만, 유한양행 길 가기 위한 제도 마련 남아
조장우 기자 jjw@c-journal.co.kr 2025-09-29 07:02:07
이행명 명인제약 소유와 경영 분리 약속했지만, 유한양행 길 가기 위한 제도 마련 남아
이행명 명인제약 대표이사 회장이 '소유와 경영 분리'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재계 안팎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이행명 명인제약 대표이사 회장이 최근 '소유와 경영 분리'를 약속했다.

제약사 가운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지배구조를 지녀 모범사례로 꼽히는 유한양행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아직 이를 뒷받침할만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고 자녀의 경영복귀 가능성도 남아 있어 약속이 구현될지 아니면 승계 이슈가 다시 떠오를지 관심이 모인다.

◆ '소유와 경영 분리' 향한 이행명의 의지

이행명 회장은 9월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4년 이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것이다"며 "기업경영은 반드시 능력있는 전문경영인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건실한 기업인으로 남아 직원들에게 훌륭한 창업자이자 회장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명인제약은 2022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해왔다.

2022년 정관 변경을 통해 대표이사 임기를 기본 2년으로 정하고 중임 기간을 최대 4년까지로 제한해 뒀다. 이에 따라 최대한 가능한 임기는 6년이 됐다.

이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중임을 승인 받아 대표이사로서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로 정해졌다.

이처럼 이 회장이 소유와 경영 분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지만 전문경영인 체제가 곧바로 '소유와 경영 분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더라도 최대주주인 오너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구조를 갖춰야만 진정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명인제약은 아직 독립적 이사추천위원회와 같은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기 위한 체계적 구조는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행명 회장의 두 자녀 이자영씨와 이선영씨가 과거 명인제약에서 경영참여를 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승계 문제가 다시 거론된다면 경영권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 명인제약 기업공개(IPO)에 따른 지분 구성 변화와 오너2세 이자영 이선영 자매의 존재

명인제약은 2025년 9월 기준 기업공개(IPO) 마무리 단계에 있다. 올해 10월1일 상장하게 된다.

명인제약의 상장 전 지분구성을 보면 이행명 회장 66.32%, 장녀 이선영씨 10.09%, 차녀 이자영씨 10.45%, 배우자 심명숙씨 4%, 기타 소액주주 약 5%로 이루져 있다.

이번에 상장을 마치게 되면 이행명 회장 50.9%, 특수관계인 22.9%(이자영 8.01%, 이선영 7.74%, 심명숙 3.07% 등), 1%이상 소유주주 1.4%, 기타 소액주주 1.5%, 공모주식 23.3%로 변화하게 된다.

명인제약 상장 뒤에도 이행명 회장은 여전히 50% 넘는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데 올해로 76세인 만큼 지배구조와 경영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의 두 딸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이유다.

이행명 회장의 자녀인 이선영씨는 올해 48세로 명인제약에 사내이사로 2023년 3월 취임했지만 이듬해 3월 사임했다.

여동생 이자영씨는 올해 44세로 명인제약에서 2014년 3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약 5년간 사내이사로 활동했다. 

이 회장의 두 자녀 모두 명인제약에서 경영진으로 활동했던 셈이다.

여기에 두 자녀가 메디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광고대행사를 공동소유(이선영 지분 52%, 이자영 지분 48%)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메디커뮤니케이션은 과거 명인제약의 광고대행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선영씨가 올해 초 메디커뮤니케이션의 대표이사로 취임함에 따라 메디커뮤니케이션의 성장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실들은 이행명 회장이 명인제약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음표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 명인제약, 유한양행의 길 걸을까

일각에서는 이행명 회장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을 두고 지분 승계 과정에서 절세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이 공식화되면서 경영권 승계 문제는 일단락 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분 이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 방식의 롤모델로 유한양행을 언급해왔다.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가 전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 '유한재단'을 최대주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명인제약도 2023년 이행명 회장의 현금 100억 원과 보유주식 50만 주를 출연해 '명인 다문화장학재단'을 설립했다. 같은 해 기획재정부로부터 공익법인 단체 인증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공익법인 설립이 절세와 밀접한 관련도 있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상속재산을 공익법인에 출연 또는 기부하면 그만큼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돼서다. 살아있는 동안 공익법인에 기부를 하더라도 증여세 부담이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16조 및 48조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보유할 수 있는 주식은 회사 전체 주식의 10% 이내다. IPO 이후 명인 다문화장학재단의 명인제약 지분율은 3.42%로 추가 6.58%의 지분을 더 출자할 수 있는 셈이다.

6.58%의 지분 가치는 확정된 공모가 5만8천 원 기준으로 557억 원에 달한다. 만약 이를 상속했을 경우 280억원 상당의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공익법인에 출연하면 이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법조계에서는 공익법인을 통해 오너일가의 지배력 유지도 가능하다는 데 주목한다. 

공익법인은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지만 자산총액 10조 원이 넘지 않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아닌 기업의 경우 의결권 제한 규정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다문화장학재단 이사회 멤버 중 오너 일가는 이 회장뿐이지만, 만약 두 자녀가 다문화장학재단 이사회 구성원으로 진입한다면 최대 10%의 지분율을 맞췄을 때 명인제약에 대해서 25.75%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경영권 승계 없이도 충분히 이 회장의 두 자녀가 명인제약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공익법인 설립이 절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종종 기업들이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명인제약의 경우 오너일가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공익법인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이 기사가 어땠나요?

많이 본 기사

뉴 CEO 프로파일

뉴 채널 WHO

crownCEO UP & D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