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쇼핑 대표 다시 맡아 '본업 경쟁력 강화', 양 손에 '구조조정'과 '글로벌 사업'
이승열 기자 wanggo@c-journal.co.kr2025-09-26 07:03:4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이 2025년 4월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랭햄호텔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오른쪽), 인도네시아 쪽 인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씨저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25년 3월 롯데쇼핑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복귀한 것은 2020년 3월 사임한 지 5년 만이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롯데쇼핑 이사회 복귀를 두고 “그룹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인 유통 분야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 사내이사 복귀와 동시에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에서는 물러나면서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웰푸드, 롯데쇼핑 등 4개 계열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지주회사와 함께 그룹의 주력 사업인 화학, 식품, 유통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신 회장의 복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신 회장이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관련돼 유죄 판결을 받았고, 과도한 등기이사 겸직 논란에 휩싸여 대표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 신동빈, 롯데쇼핑 대표 복귀 후 현장 챙기기 주력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 대표 복귀 후 현장경영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4월에는 한국경제인협회 사절단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찾은 뒤 곧이어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와 ‘롯데센터 하노이’를 방문했다. 5월에는 부산과 김해를 찾아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 김해점 등을 점검하기도 했다.
7월6일에는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구리점을 방문해 매장 코너를 둘러봤다. 그랑그로서리 구리점은 2023년 말 문을 연 서울 은평점에 이은 2호점으로 6월 오픈했다.
7월16일 신 회장은 ‘2025년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주재했다. VCM은 신 회장과 사업군 총괄대표, 계열사 대표 등이 1년에 두 번 모여 롯데그룹 경영 방침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행사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상반기 그룹 실적을 평가한 후 주요 경영지표 개선을 위한 선결 과제로 핵심사업에 대한 본원적 경쟁력 회복을 강조했다.
아울러 신 회장은 사업군별로 추진 중인 전략을 속도감 있게 실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화학군에는 신속한 사업 체질 개선을, 식품군에는 핵심 제품의 브랜드 강화를, 유통군에는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줄 것을 당부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 대표이사로서 회사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 롯데쇼핑 부활의 열쇳말 ‘구조조정’과 ‘글로벌 사업 확대’
롯데쇼핑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롯데쇼핑의 매출액은 2021년 15조5736억 원에서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2024년 13조9866억 원까지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쇼핑의 올해 매출액을 13조9569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롯데쇼핑은 이 기간 2023년(1692억 흑자)을 제외하고 줄곧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특히 2024년에는 순손실이 9941억 원에 이르렀다. 다만 이 해 큰 폭의 순손실은 자산재평가 결과로 일회성 손상차손 7450억 원을 인식한 탓도 있다.
롯데쇼핑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내수 침체에 따른 유통업계 전반의 부진 외에도, 쿠팡과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급성장도 꼽힌다.
특히 롯데쇼핑은 쇼핑의 주류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흐름을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과 네이버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ON의 점유율은 5%에 미치지 못한다. 롯데ON은 2020년 4월 오픈 후 줄곧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 대표로 복귀하면서 ‘본업 경쟁력 강화’를 외쳤다. 앞으로 ‘구조조정’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 회사의 비효율적인 요소들은 개혁하고 신 성장동력은 적극 키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구조조정은 백화점, 쇼핑몰, 아울렛, 마트 등의 점포 중 비효율적인 점포를 축소·폐점하고 프리미엄 점포로 역량을 재배치해 체질을 개선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백화점의 점포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은 경쟁사인 신세계에 견줘 점포 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점포별 경쟁력은 신세계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프라인 매장의 혁신에도 힘쓴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몰은 미래형 쇼핑몰인 타임빌라스 모델을 확산하고, 롯데마트는 식료품 전문 매장인 그랑그로서리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낸다.
타임빌라스는 백화점과 쇼핑몰의 장점을 결합한 미래형 복합쇼핑몰을 지향한다. 그랑그로서리는 매장 면적의 약 90%를 신선 및 즉석조리 식품 중심으로 구성하는 국내 최대 델리 식료품 제안 매장을 표방한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은 롯데쇼핑의 글로벌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한다. 롯데쇼핑의 해외 사업 비중은 15% 정도로 크지 않은 수준이다. 아직까지 내수 위주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신 회장은 해외매출을 2024년 기준 약 1조6천억 원에서 2030년까지 3조 원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글로벌 전담 조직인 iHQ(인터내셔널 헤드쿼터)를 출범해 싱가포르 현지법인(Lotte Shopping Holdings (Singapore) Pte. Ltd.)에 둔다. iHQ는 동남아 현지법인들을 싱가포르홀딩스 아래로 편입하고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아울러 해외 복합단지와 쇼핑몰 중심의 개발 사업도 적극 확대한다. 특히 롯데쇼핑은 2023년 9월 문을 연 복합쇼핑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모범답안으로 삼고 신사업을 추진한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하노이의 중심지인 서호 신도시에 들어선 초대형 복합 쇼핑단지다. 개장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1천만 명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에 새로운 경험 공간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