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명예회장으로 돌연 물러난 김남호, 비운의 황태자와 재기 성공 분기점 앞에
조장우 기자 jjw@c-journal.co.kr 2025-08-29 07:05:56
DB그룹 명예회장으로 돌연 물러난 김남호, 비운의 황태자와 재기 성공 분기점 앞에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른바 '비운의 황태자'로 남을지 아니면 '독립 노선'을 밟을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 DB그룹 >
[씨저널]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의 장남이자 오너2세인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6월 경영일선에서 돌연 물러나면서 이른바 '비운의 황태자'로 남을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B그룹은 81세인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이 그룹 신임회장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DB그룹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이수광 회장이 아직 DB그룹 계열사에 적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조만간 이사로 등재할 것으로 안다”며 “이미 현재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룹 전반을 지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오너2세가 경영권을 물려받는 기업승계와 판이한 모양새가 나타나 DB그룹 안팎에서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김남호, DB그룹 지주회사격 DB아이앤씨와 금융계열 지배회사 완전한 지배력 확보 못해

김남호 명예회장은 DB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DB아이앤씨에 대해 완전한 지배력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DB아이앤씨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김남호 명예회장이 16.83%를 쥐고 있고, 김준기 창업회장이 15.91%, 김주원 DB그룹 부회장이 9.87%를 보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의 지분 합계가 25.78%로, 김남호 명예회장의 지분을 웃돈다는 것이다.

이런 지분 구성은 김남호 명예회장이 명목상 최대주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버지와 누나의 연합이 형성될 경우 견제받을 수 있는 구조임을 뜻한다.

금융계열사의 지배회사 격인 DB손해보험에서도 비슷한 구도가 형성돼 있다.

DB손해보험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김남호 명예회장이 9.01%를 쥐고 있고, 김준기 창업회장이 5.94%, 김주원 부회장이 3.15%, DB김준기문화재단이 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 그리고 김준기 문화재단의 지분을 합치면 14.09%로 김남호 명예회장의 지분 9.01%를 크게 웃돈다.

◆ 김주원, 향후 DB그룹 후계구도의 '키맨'

김주원 부회장은 DB그룹 후계구도에서 '키맨' 역할을 하고 있다. 1973년생으로 김남호 명예회장보다 2살 연상인 누나인데 과거 미국법인에서 경영에 참여했지만 김준기 창업회장이 갑작스럽게 경영권을 내려놓은 이후 한국법인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했다.

김주원 부회장은 2021년 DB하이텍 사장을 맡았고 2022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꾸준히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2023년 9월에는 DB커뮤니케이션즈 설립에도 10%대 후반 지분을 보유하며 참여했다.

김주원 부회장과 김준기 창업회장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해석되는 만큼 DB그룹 장악력은 김준기 창업회장이 우위에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주원 부회장은 김준기 창업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며, 이는 김남호에게 불리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 김남호, DB그룹에서 재기 가능할까

재계에서는 김남호 명예회장이 DB그룹에서 재기할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험난한 길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김 명예회장에게 유리한 요소로는 젊은 나이와 여전한 최대주주 지위, 과거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시성이 꼽힌다.

김 명예회장은 올해 50세로 아직 충분히 젊은 나이며, 전문경영인 수장으로 꼽히는 81세 이수광 회장과 나이 차이를 고려할 때 시간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DB그룹의 지배회사인 DB하이앤씨와 DB손해보험에서 여전히 개별적으로는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경영권 회복의 발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DB그룹은 과거 2017년에도 이근영 회장 체제를 거쳐 2020년 김남호 회장 체제로 돌아간 이력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제도 일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구나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은 2020년 회장 취임 뒤 5년간 DB그룹의 외형 성장을 이끌며 실적 개선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에 재기할 명분도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명예회장이 회장으로 재임했던 기간에 DB그룹의 공정자산 규모는 50% 넘게 늘면서 재계순위도 48위에서 35위로 약 13단계 상승했다.

DB그룹은 같은 기간 실적에서 질적 안정화를 이뤄왔다. 

DB그룹의 매출은 2020년 약 22조9997억 원에서 2021년 24조2292억 원, 2022년에는 26조6657억 원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2023년에는 매출이 약 22조9307억 원으로 주춤했지만 순이익은 1조8461억 원으로 전년보다 7.95% 증가하는 등 안정적 이익 개선을 보였다. 

김남호 명예회장의 이와 같은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분구조 측면에서는 김 명예회장에게 불리하다.

아버지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의 지분을 합치게 되면 김남호 명예회장의 지분을 웃돌고 누나와 아버지 관계가 우호적으로 비쳐지고 있어서다.

결국 김남호 명예회장이 이른바 '비운의 황태자'로 남을지, 아니면 재기에 성공할지는 앞으로 펼쳐질 DB그룹 내부의 경영권 역학과 경영환경 변화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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