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왼쪽)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7월18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AI 토크쇼'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씨저널]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의 부재가 길어지고 있다. 건강 문제에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에 따른 사법리스크, 소위 ‘집사 게이트’와 관련된 문제까지 겹치면서다.
김 창업주의 이런 상황과 함께 카카오 리더십의 중심축은 빠르게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로 이동하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비용 통제와 그룹 사업 재편, 미래 전략까지 전방위로 주도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카카오의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가고 있다.
◆ 카카오 제국의 변화, ‘보좌하는 전문경영인’에서 ‘총사령관’으로 전환
카카오는 오랫동안 김범수 창업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해왔다. 전문경영인들은 개별 사업과 ESG, 사회적 책임에 집중하며 그룹 전략보다는 '보좌자'의 역할에 머물렀다. 김범수 창업주의 '자율경영' 철학은 계열사의 독립성과 유연성을 보장했지만, 궁극적 방향성은 김범수가 결정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김 창업주가 2025년 3월 방광암 재발로 치료에 전념하게 되고,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로 7월 특검에 소환 통보를 받아 경영 일선에서 사실상 퇴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창업주는 현재 CA협의체 공동의장직과 경영쇄신위원회 활동 등을 모두 내려놓고 상징적 직위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만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공백 속에서 정신아 대표는 CA협의체의 단독 의장으로 전권을 위임받으며 그룹의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총사령관'으로 자리잡았다.
정신아 대표는 취임 직후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게 되어 더없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성장만을 위한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재편과 통제로 실적 반등 이끈 강한 리더십
정신아 대표는 취임 이후 맡게된 리더십의 무게를 말이 아닌 결과로 입증해가고 있다.
정 대표는 2023년 147개에 달했던 카카오 계열사를 2025년 상반기보고서 기준 113개까지 줄이며 무려 34개의 계열사를 정리했다. 동시에 조직을 AI 중심으로 재편하고, 카카오브레인과 디케이테크인을 본사로 흡수합병하는 등 기술 중심의 조직 효율화를 강도 높게 추진했다.
비용 통제와 구조 개선의 성과는 실적을 통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2분기 카카오의 매출은 2024년 2분기와 비교해 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약 40% 가까이 급증하며 체질 개선의 효과를 입증했다. 2025년 2분기 카카오의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무려 48.24% 상회한 것이기도 하다.
◆ 정신아의 ‘선택과 집중’, 다시 시작점에 서겠다는 선언
정신아 대표는 2025년 3월 'End to And - 새로운 15년, 다시 시작점에 서다'라는 그룹 비전을 새로 제시했다. 이 비전을 통해 정 대표는 ‘카카오톡’과 ‘인공지능’을 카카오 발전의 양대 축으로 삼았다.
특히 정 대표는 AI 분야에서 오픈AI와 협력을 통한 오케스트레이션 정책(외부 협력과 내부 자립을 병행하는 방식)과 에이전트 플랫폼, 심층 데이터 구축을 중심으로 대중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 대표는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 자원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이를 "신중하면서도 대담한 리더십"이라 표현하며 변화의 속도를 주도하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경영학 전공하고 미시간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 이후 BCG(보스턴컬설팅그룹), 이베이,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는 카카오벤처스 대표이사로서 벤처 투자 경험도 쌓아왔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위기 속에서 정신아 대표의 리더십 아래 구조 개선과 실적 반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안정된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라며 “카카오 내부에서도 정 대표의 카리스마와 영향력이 굉장히 강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