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 < 삼성SDS > |
[씨저널] 이준희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이 ‘SI(시스템 통합) 회사’에서 ‘AI 종합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다.
삼성SDS는 올해도 해외법인 매출을 포함한 매출 80% 이상을 내부거래에서 올렸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만 26%에 달한다.
이 대표는 “삼성 매출을 억지로 줄이는 것보다 외부 고객 매출을 키우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지만, 업계에서는 안정적 내부거래 유지에 무게를 두는 보수적 기조로 해석하기도 한다.
삼성SDS 관계자는 씨저널과의 통화에서 “기업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SI사업 특성상 내부 시스템 관리와 보안을 담당하는 주체가 회사가 돼야 한다”며 “고정적 내부거래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상황의 돌파구로 SI 유지보수를 넘어 클라우드·AI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무선통신망 5G 상용화와 매출성장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SDS의 생성형 AI사업을 해외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삼성SDS SI사업 한계 돌파구 AI로 모색, 이준희 기업용 AI에이전트로 체질개선 나서
이 대표가 AI사업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기존 SI사업 구조의 한계가 자리한다.
전사적자원관리(ERP)구축을 비롯한 전통적 SI사업은 파트너 의존도가 높고 수익성이 낮은 구조가 한계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특히 독일계 IT서비스 회사 SAP이 글로벌 ERP 시장의 35%이상을 점유하고, 국내에서도 대기업의 70~80%가 SAP ERP를 사용하고 있어 계약단가를 높이기 어렵다.
SAP에 지급하는 라이선스 수수료와 인건비 단가를 제외한 유지보수비를 수익 정도가 이익으로 남는 구조다.
인건비가 높아 외주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도 마진율 확대를 제한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가 매년 IT인력 평균단가를 발표하고 있어 인력비 줄이기도 한계가 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업계 현실 속에서 기업용 생성형 AI 기술을 ‘AI에이전트’ 단계로 발전시켜 고부가가치 수익모델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기업간 거래(B2B) 위주의 생성형 AI 서비스는 ‘맞춤형 프로젝트’ 형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고부가가치 수익모델로 평가된다.
제품 개발부터 소비자 경험, 운영 효율성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 도입범위도 넓다. AI가 기업 내부 시스템과 연동되기 때문에 고객 이탈률도 적다.
새로 열리고 있는 시장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도 높다고 점쳐진다.
시장분석업체 디자인러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의 조직이 최소 한 개 이상의 비즈니스 기능에서 생성형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2023년보다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 대표가 이끄는 삼성SDS는 국내 기업용 생성형 AI시장에서 이미 안정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대표 AI 플랫폼인 패브릭스는 70개 회사 13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고, 협업도구 브리티 코파일럿은 18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삼성SDS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범정부 생성형 AI 사업을 수주로 공공부문 이용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자동화 설루션 브리티 오토메이션은 구체적 숫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객사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됐다.
삼성SDS 관계자는 씨저널과의 통화에서 “IT서비스 산업구조 상 영업이익 개선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며 “AI부문에서는 생성형 AI플랫폼을 AI에이전트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SDS AI 사업 글로벌 공략 본격화, 이준희 무선통신망 구축 주도 이력이 주목되는 이유
이준희 대표는 무선통신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만큼, 클라우드 사업의 글로벌 확장에 적임자로 꼽힌다.
무선통신사업은 국가별로 네트워크 설비와 규제, 표준 등이 달라 현지 통신사와의 파트너십과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클라우드 사업 역시 현지 기반이 중요해 이 대표의 역할에 대해 기대감 모아진다.
국내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데다 수익성이 낮아 새로운 성장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공공부문 프로젝트 위주의 국내 시장은 수주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물량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사업구조와 치열해진 외주 경쟁도 수익성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미국과 동남아, 중동 등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대규모로 IT 인프라를 교체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삼일PwC에 따르면 글로벌 AI에이전트 시장은 연평균 46%씩 성장해 2030년 5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무선통신망 5G 상용화와 매출 증가를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SDS의 생성형 AI사업을 해외로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생성형 AI를 선보이는 공식행사에서도 국내기업이 아닌 해외 선도기업과 기술수준, 시장점유율 등을 비교하며 경쟁자를 글로벌 시장으로 설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SDS는 해외사업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2분기까지 해외부문 매출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미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해외매출은 4조4211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해외부문 매출비중도 63.2%로 1.3%포인트 늘었다.
베트남 CMC그룹과 삼성 관계사 해외법인 등을 통한 AI 고객사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베트남 CMC그룹과 삼성 관계사 해외법인 등 생성형AI의 해외고객 비중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며 “IT서비스 전체 부문으로 보면 AI기반 SRM 솔루션을 도입한 미주지역의 케이던시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